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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겸의 음담잡담] 수천곡 학습해 멜로디 생산…눈앞에 다가온 ‘AI 작곡시대’


지난달 27일 열린 인공지능 음반 레이블 A.I.M 론칭 쇼케이스 포스터. 사진제공|엔터아츠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세기의 대국을 벌이던 2016년 3월. 기자는 ‘알파고’라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의 딥 러닝(스스로 학습하는 기술)을 보면서 작곡에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좋은 노래 확보에 열 올리는 음반기획자들을 만날 때마다 “알파고처럼 히트곡 수천 곡을 데이터로 입력시켜, 이들 공통 요소를 조합해 새로운 곡을 만든다면 히트는 보장될 것”이란 이야기를 덕담처럼 하곤 했다. 그 ‘덕담’은 어느새 현실화되고 있었다. 국내 몇몇 스타트업들이 13일 미국 오스틴에서 열린 음악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서 AI를 접목한 음악 콘텐츠를 선보였다. 이들 스타트업 중 포자랩스는 장르를 초월한 수천여 곡을 학습해 300개가량의 멜로디 샘플을 생산해내는 인공지능 작사·작곡 프로그램을 소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영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쥬크덱은 웹사이트를 통해 작곡 프로그램을 제공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원하는 장르와 곡 분위기, 노래를 구성할 악기를 고른 후 분당 박자 수를 조정하면 취향을 반영한 노래가 ‘뚝딱’ 만들어진다. 국내 기업 엔터아츠는 쥬크덱과 손잡고 A.I.M이라는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음반 레이블을 지난달 설립했다. AI가 아직까지 ‘완제품’을 만들어내는 단계는 아니지만, 작곡가 보조 역할은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다. AI가 만든 곡이 상용화될 날도 머지않았다. AI 작곡 시대의 도래를 목도하면서 여러 생각이 다시 고개를 든다. AI가 만든 노래의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을까. 저작권은 또 누구의 몫으로 해야 할까. AI가 기존 히트곡을 ‘참고’해 새로운 곡을 만든다는 점에서 표절시비에 휘말릴 개연성은 없을까. 컴퓨터가 만든 곡이 표절시비가 붙는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작곡은 인간의 특별한 영감, 경험, 사색 등에서 이뤄지는 예술의 세계다. 예술은 컴퓨터가 넘볼 수 없는 인간의 영역으로 평가된다. 인간의 감성을 건드려 심리적 만족감을 주는 예술이다. 컴퓨터가 만든 음악은 예술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AI로 누구나 작곡하는 시대가 오면, 작곡가들이 설자리를 잃기는커녕 뮤지션들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고, 관련 직업군이 창출돼 음악산업이 더 커질 거라 역설한다. AI가 음악산업의 미래 먹거리가 될지, 음악산업이 AI의 먹잇감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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